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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219

탁발托鉢 1* 탁발托鉢(1) /담채 개미 한 마리가 죽은 나비를 물고 대추나무 아래로 간다 넘어졌다 일어섰다 두 이빨 악물고 간다 휘청휘청 여섯 개의 다리가 꺾어질 듯 아찔하다 간밤 천체의 비밀을 뚫고 닥쳐올 장마를 예견한 걸까 앞산 비구름 흐린 능선을 낮게 넘어가는데 땅 밑에 절寺 한 채 지으려는지 죽은 나비 물고 악착같이 가고 있다 2022. 7. 8.
골목* 골목 /담채 아침을 흘러 다니는 소음이 바쁘게 빠져나간 긴 골목 낙타를 닮은 할아버지가 지팡이에 끌려가고 한 청년이 그 곁을 빠르게 스쳐간다 젖은 목숨들이 날개를 말리려다 발 묶인 골목 약속이나 한 듯 서로 자꾸만 멀어져가는 젊음과 그리고 한 늙음 2022. 7. 8.
2011년 2월 15일 - 대폭발* 2011년 2월 15일 - 대폭발 /담채 2011년 2월 15일 오전 10시 태양의 흑점에서 대폭발이 발생했다 이 폭발로 태양대기물질 고에너지파가 지구 쪽으로 오는 중이다 에너지가 지구에 도달하는 이틀 뒤 지상으로 오는 전파 등에 장애가 있을 것이라 한다 불행히도 인류는 이 혼돈을 정리하지 못한다 천체가 요동하는 순간에도 나는 커피를 마시며 막걸리 한 사발 달랑 들고 천상에 간 한 詩人을 그리워했다 그는 오늘의 폭발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했으리라 폭발이 일어난 순간에도 나무는 제자리에서 자라고 지구는 알아서 자전을 했다 바람도 함부로 불지 않았다 神께서도 어쩌지 못하는 우주의 질서 아직도 천체는 재편 중이다 2011,02. 2022. 7. 8.
열대야/담채* 熱帶夜/담채 이 거대한 지구를 녹이려고 작심한 듯 熱帶夜가 왔다 때 이른 6월 말 이제 겨우 허공을 익힌 꽃들은 꽃잎을 오므리고 남극에서는 비극적으로 빙하가 녹아내린다 머지않아 우리는 불의나라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메리카 한 농장에서는 2천 마리의 소가 열병으로 떼죽음을 당했다 2022.07.02 2022. 7. 3.
노동의 江* 노동의 江/담채 한때, 지게는, 내 등에 접골된 뼈였다 木質의 단단한 이질감으로, 내 몸의 일부가 된 등뼈... - 김신용 환상통幻想痛 전문 이 詩가 자꾸 생각나는 것이다 젊어부터 청계천에서 지게질 하나로 삶을 지탱한 어느 지게꾼이 각혈하듯 쓴 시다 그는 노동하며 밥 먹고 노동하며 꿈을 꾸고 노동하며 새끼 낳고 노동하며 詩를 썼다 울고 싶은 날에도 벚꽃 만개한 날에도 지게와 함께였다 이 지게의 슬하는 다섯 식구, 소슬한 한 가계의 신앙이였다 이제 지게는 쉽게 볼 수 없다 날이 새면 달려갔던 논도 밭도 더 이상 지게를 부르지 않아 해 떨어지기 오래 전 펜보다 강한 노동을 찾아 도시로 떠났다 2022. 7. 3.
의문疑問* 의문疑問/담채 아내는 죽어야 많이 타는 생명보험에 꾸준히 돈을 붓고 있다 죽은 후에도 돈이 필요했던 걸까 아내는 고단한 삶의 등에 짐 하나를 더 얹었다 알에서 깨어나 열심히 살아온 개미들이 좁은 마을길을 일열로 횡단하고 있다 누군가의 발바닥이 지나간 자리마다 죽은 개미들이 무더기로 으깨져 있다 부지런한 저들은 왜 생명보험을 간과했을까 오늘도 어제처럼 살고 내일도 오늘처럼 살 게 뻔한 아내가 죽어봐야 알 수 있는 일에 없는 돈을 꼬박꼬박 붓고 있다 1998.05 2022. 6. 30.